2013년 3월 17일 오전 6시 20분 김포공항 출발.


계획은 KTX를 타고 목포로 가서 목포에서 핑크돌핀호를 타고 추자도에 들어가는 것이였다.

16일 오전 문자가 왔다. 핑크돌핀호 고장으로 목포에서 추자도 배가 운항이 안된다고, 제주~추자도 운행만 가능하단다.

아.. 얼마나 계획하고 준비했던 여행인데.. 시작부터 꼬인다. 

영숙언니가 몸이 안좋아 한의원을 접고나서 이런저런 사연들로 추자도에서 한의원을 하게됐다는 소식이 이달 초.

여행과 시기가 맞물려 일정에 추자도를 넣었는데 시작부터 꼬인다. 


16일 아침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추자도를 빼자니 기다리고 있을 언니와 조카승희가 눈에 아른거리고(뭐가 필요하냐 물었더니 내가 필요하단다. 사람이 그립다고.. ㅠㅠ) 일주일간 배가 들어오지 않아 식빵과 햄도 필요하단다. 아침 식사가 내손에 달렸다. 어떻게든 추자도를 가야한다.


고민끝에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갑자기 구하는 표라 비싸리라 예상했는데(완전 저가보다는 단가가 조금 나가긴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표가 있다.

김포공항 6시 20분 첫 비행기. 일단 예매를 하고서 눈물을 머금고 50% 파격할인으로 챙겨뒀던 목포행 KTX를 환불했다. ㅠㅠ


1일차

이른 새벽 첫 버스를 타려고 알아봤더니 시간이 애매하다. 어쩔수 없이 택시로 이동. 공항에 도착하니 여행객들의 옷차림이 봄이다. 나혼자 두꺼운 코트를 입고(첫날은 유용했다. 그 뒤로는 배낭 밑바닥에 깔려서 다니는 내내 짐짝이였지만) 첫 비행기를 기다린다. 이제 출발이다. 좌석에 앉으려 했는데 사람이 많다. 스튜디어스 언니에게 뒷자리에 앉아도 되겠느냐 물으니 좌석이 여유가 있으니 괜찮단다. 맨 뒤로 갔다. 중간 이후로 텅 비어있다. 오예~ 3명 좌석에 나홀로 앉아 팔걸이를 걷어내고 앉아 있으니 반대편 창으로 해가 떠오른다. 비행기 안에서 일출이라니 허허 좋구나.. 비행기 창문으로 일출사진을 찍는데 창문에 먼지가 ㅠㅠ 그렇게 계획대로는 아니지만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여객터미널이다. 버스는 국제여객선터미널로 간다. 환승을 해야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버스도 없고 그냥 걷기로 한다. 

20분쯤을 걸으니 제주여객터미널이 보인다. 도착시간 8시를 조금 넘긴시간이다. 이 아침에 제주도에 와있다니 허허.... 배시간은 9시30분. 8시 30분이 되니 매표를 시작한다. 줄을 서서 표를 사고 배낭을 잠시 맡기고 터미널 근처를 서성거렸다. 볼건 없었다. 쩝...


도착하니 승희와 언니가 마중나와있다. 한의원까지는 걸어서 10분정도? 집은 구했는데 4월에 입주란다.(주인아주머니가 키를 안주신단다. ㅋㅋ) 민박집에 묶고 있어서 나도 함께 민박집으로.. 옆방을 준비해놨는데 그냥 한방에서 같이 뒹굴기로 결정(돈을 아낍시다. 보다는 혼자 심심하니까~ ㅎㅎ) 민박집 언니가 차려주는 점심(와~ 이 언니 장난 아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들, 전라도 음식점에 들어온듯한 느낌. 식고문이 따로없었다. 배가 터질때까지 먹고 도저히 더는 먹을 수 없을때까지 먹이고서야 점심식사가 끝났다. 아침에 일어나 제주도를 들러 추자도에서 점심이라니 ㅎㅎ. 잠시 마을 드라이브를 했다. 비가와서 내려서 걷지는 못했지만(어차피 내일 추자도 올레길을 걸을 생각이니 아쉽지는 않다.) 섬 한바퀴 도는 시간이 휘리릭하고 끝나버린다. 저녁은 삼겹살!!로 결정. 그러나 아직 배는 꺼지지 않았고 잠시 낮잠을 자기로 한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후 저녁때가 됐다며 깨우는데 아직도 소화가 다 안된다. 먹는둥 마는둥 하고 저녁식사 끝. 한의원에 들러 승희는 빨래를 언니는 뜸을 뜬다. 난 앉아서 컴질과 휴대폰질 티비를 보다가 잘시간이 되어 민박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한다.


 2일차

아침에 일어나 승희가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먹고 한의원에 나간다. 언니는 이미 환자들을 보고있다. 환자의 90%가 해녀할머니들. 해녀할머니들은 주로 어디가 아파? 했더니 머리~어깨~무릎~팔 이란다. ㅡ.ㅡ;;; 나중에 제주에서도 해녀분들을 만났지만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듯했다.


승희와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추자항에서 시작해서 초등학교, 최영장군 사당을 지나 집 뒷산으로 이어지는 추자도 올레 18-1길. ↓ 학교 뒷편이다. 

나바론 절벽앞에서 승희는 한의원으로 돌아가고, 이제 혼자서 걷기 시작. 나바론 절벽을 오르면 왼쪽으로 등대가 보인다.

등대에서 본 하추자도.

등대에서 본 상추자도. 

등대에서 본 하추자도 쪽 섬들.

길을 잘못들었다. 올레길이 따로 있었는데 등대길로 내려와버렸다. 내려오는 계단은 좋지 않다. ㅠㅠ

추자교를 지나 하추자도에 들어오니 안내도가 보인다.

상추자도가 도시적인 느낌과 인공적으로 꾸민 아름다움이였다면 하추자도는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이였다.

올레길은 산을 넘고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가는 길들이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동시에 느껴지는 듯한 그 느낌이 생각난다. 제주 올레길과는 조금 다른(제주 올레를 다 다녀보진 않았지만 ㅋ) 무척이나 편안한 길이였다.


묵리마을이다.

해안도로에 유채꽃이다. 태어나 유채꽃을 처음봤다.(봤는데 까먹었는진 모르겠으나.... 이번 여행으로 아주 평생볼 것을 다 본듯 하다.) 

산길에서 노신사분과 강아지 한마리를 만났다. 이 강아지 길에서 똭! 마주치자마자 갸우뚱 한 번 하더니 달려든다. 개를 무서워 하는 내가 봐도 반가워 죽을 지경인게 보인다. 무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엄청나게 못생겼다.) 반갑기도 하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노신사께서 옷 더러워진다며 말리시고는 반갑습니다. 한마디하고 지나치신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만치 가고 계신다. 못생긴 강아지를 사진에 담아둘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길마다 피어있는 유채꽃.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넝쿨들이 멋지다. 

신양항 근처인듯. 벌써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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